[폴린 이야기] 작년 여름, 저는 앤드류스 한인교회 학생반 아이들과 함께 아프리카 케냐로 단기 선교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낮에는 아이들과 성경학교를 하고, 밤에는 어른들을 위한 전도집회를 인도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지만 참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매일 같은 시간, 교회 앞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 한 소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폴린이었습니다. 낡은 교복과 닳은 신발을 신고 하루 세 시간을 걸어 학교를 다니는 아이였습니다. 가까운 곳에도 삼육학교가 있었지만 사립이라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의 한 달 수업료 30달러조차 폴린 가족에게는 큰 부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폴린은 늘 밝았습니다. 하루 세 시간을 걸어 학교를 다녀도, 낡은 교복과 신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경학교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오기 전부터 미리 와서 친구들을 맞이하고, 찬양할 때는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노래하며 얼굴에는 늘 웃음을 띠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밝은 미소 뒤에 폴린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교회 성도님들을 통해 조금씩 알게되었습니다. 8일간의 전도집회가 마무리되던 마지막 안식일, 폴린은 조심스럽게 제게 말을 꺼냈습니다. “저는 엄마 아빠가 모두 집을 나가셔서 할머니, 오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어요. 그런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폴린은 그렇게 말하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제 품에서 한참 울고 난 뒤,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학교 교과서가 꼭 필요한데, 살 돈이 없어요. 도와주실 수 있나요?” 선교지에서는 도움을 요청받는 일이 많기에 신중해야 했지만, 폴린의 눈빛은 달랐습니다. 그 아이는 돈이 아니라 ‘공부할 수 있는 책’을 원했습니다. 그 진심에 저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저는 교회의 수석 장로님과 상의하여 교과서를 사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습니다. 폴린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꼭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될 거예요. 그리고 저도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될 거예요.” 며칠 뒤, 장로님께서 새 교복을 입고 교과서를 든 폴린의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그 사진 속 환한 미소를 보는 순간,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 아이의 정기 후원자가 되어야겠다!” 저에게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닐지라도, 폴린에게는 삶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결정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폴린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예배를 빠지지 않고, 믿음 안에서 성실히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폴린의 할머니께서 교회에 나오기로 결심하신 것입니다. 이는 교회의 성도들이 꾸준히 폴린의 가정을 사랑으로 돌보며 흘려보낸 기도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한 소녀와의 짧은 만남이 이렇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줄은 몰랐습니다. 하나님은 폴린을 통해 제게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진심 어린 관심과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작은 씨앗이 언젠가 삶 속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저는 오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이어가려 합니다. 이 사랑의 씨앗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에도 심겨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손길이 또 다른 폴린을 만나 하나님 사랑의 통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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